2007-05-13
2007-05-09
2007-05-08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봄에 내리는 비, 봄에 피는 꽃,
그리고 봄에 새로이 눈뜨는 모든 것들에게
죄를 짓지 말라.
자연 앞에서는 우리도 한낱 보잘것없는 뼈와 살,
너무도
많은 것을 더럽혀 오지 않았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 사랑하면 그만이다.
마음까지
더럽히려고 애쓰지 말라.
단 한 줄의 시도 외어 보지 못한 채
봄을 훌쩍 보내어
버린 사람이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는다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겠는가.
봄비
내리는 밤 한 시.
잠 못 이루고 한 줄의 시를 쓰는 사람과
잠 못 이루고 몇
다발의 돈을 세는 사람들과 한번 비교해 보라.
누구의 손끝이 더 아름다운가.
낭만이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낭만이 밥먹여 주냐,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더 이상 그에게 할말이 없다.
밥을 먹기 위해 태어나서 밥을 먹고 살다가
결국은
밥을 그만 먹는 것으로
인생을 끝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같은
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다만 비참할 뿐이다.
밥 정도는 돼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낭만을 아는 돼지를 당신은 본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제
봄이다.
겨울을 쓰라리게 보낸 사람일수록 봄은 더욱 새롭다.
마치 고통을
심하게 받은 조개일수록
그 진주가 더욱 아름답듯이.
이제 완전히 겨울은 갔다.
그러나 그 겨울의 모든 쓰라림만은 잊지 말기로 하자.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쓰라림을 배우기 위해
잠시 한 순간의 봄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큰 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외수 /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중에서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L o v E
If you would be loved,
love and be lovable.
사랑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스러워져라.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어긋나고 마는 것.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껴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동전을 듬뿍 넣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너무 아끼는 책을 보며 넘기다가,그만 책장이 찢어져
난감한 상황이 찾아와도 그건 당신의 사랑이다.
누군가 발로 찬 축구공에 맑은 하늘이 쨍 하고 깨져버린다 해도,
새로 산 옷에서 상표를 떼어내다가 옷 한 귀퉁이가
찢어져버린다 해도 그럴 리 없겠지만
사랑으로 인해 다 휩쓸려 잃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내 것이라는데,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데다
걸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무엇 때문에 난 사랑하지 못하는가, 하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누구나, 언제나 하는 흔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잘하는 것 하나 없으면서 사랑조차도 못하는가,
하고 자신을 못마땅해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흔한 것도 의무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이다.사랑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끔까지 잃어온 것보다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병률 산문집《끌림》중에서
님 만나러 가는 길
꽃관 머리에 쓰고
꽃술 저고리 걸치고
아홉 폭 무지개 치마
걸쳐 입으니
어디선가 피리 소리
들려와 퍼지는구나.
비췻빛 구름 사이로
용 그림자,
말 울음소리,
넓은 바다에 반짝이는 달빛
나는야
님 만나러 가는 길이란다.
허난설헌시 <선녀의 나들이>(전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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