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에 디카의 대중화와 더불어 급속도로 소위 [미식가] 내지는 [식도락가]라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식당의 널리 알림과 식당들 정신차리는데 일조하는 것에서는 우리의 식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면이 큽니다만
반면에 절차 생략하고 맛의 근본을 모르는 일자무식인 상태에서 곧장 세치 혀에 감겨드는 맛 만으로 자신이 대단한 미식가나 음식
평론가라도 되는 듯 착각속에 빠져 일방적인 평가를 남발하는 분들과 블로그가 폭증하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메밀과 모밀의 차이도 모르며 평양냉면과 소바를 평하고 (메밀이 어떻게 생긴줄도 모르죠^^) 설렁탕과 곰탕의 차이도 모르며
탕맛이 잘 되었네 솜씨 없네 따지고 이태리국수는 무조건 스파게티인줄 알고 리조또를 보온밥통으로 만드는 줄 아는 분들이
이태리식당의 솜씨를 평가하는 그런 양아스러운 평들이 파도칩니다.
하여간 그런 가운데 식도락에 입문한 분들이 꼭 가봐야만 남들이 [너 좀 먹으러 다닐 줄 아는구나]하고 인정을 해 주는
맛의 성지순례 코스 같은 집들이 몇 집 있습니다. 그 집들을 꼽아 보면..
http://blog.empas.com/gundown
1. 삼각지 명화원
20대의 주머니 가벼운 분들에게는 특히나 안가면 안되는 곳이죠. 또한 극찬 일색이고..
인정받을 만한 곳이기는 하지만.. 글쎄요... 과연 미식가 수준의 분들이 열광할만한 곳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8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이 정도 솜씨가 시내 대부분의 화교 중국집들 평균 솜씨였습니다.
그러다 화교분들이 정부의 탄압책으로 장사를 거의 놔 버리고 이제는 시내 번화가에나 화상 중국집이 남다 보니 뜨내기
손님들만 상대하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려 허접한 한국인 운영 중국집들과의 경쟁속에 맛도 닮아버리게 되었죠.
그런 가운데 예전의 음식맛을 지키고 있는 집이 명화원입니다.
가슴 아픈 노릇입니다. 예전의 평범한 집이 이제는 훌륭한 집으로 숭상을 받게 된 하향평준화의 불행한 현실이..
이 집 방문평을 읽다 보면 다른 중국집과 달리 국물이 돼지 베이스라는..글들이 가끔 보입니다.
중국집 국물은 어느 집이나 닭육수를 씁니다. 고명용 재료를 볶을 때 주로 해산물/야채를 쓰지만 이 집 등의 옛날식 업소들은
돼지고기를 슬(絲:가늘게 체 썬)하여 넣어 볶습니다. 그러며 돼지기름과 육즙이 녹아나죠. 그래서 돼지의 고소한 풍미가
국물을 휘감아 도는 것일 뿐이지 돼지로 베이스를 낸 육수를 사용치는 않습니다.
하여간 입문 초보자분들께는 성지순례의 제일 코스이죠.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 집 음식이 허접하다는게 아닙니다. 극찬 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2. 명동의 가쓰라
역시나 입문 초기의 20대 분들이 열광하는 집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도대체 한국에 좀 한다는 합리적인 가격의 일본대중음식점이 있기나 하나요.
그런 가운데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일본인 조리사가 일본 분위기에 내니 주목받을 만 합니다.
그러나 일본음식을 좀 드셔 본 분들은 한두가지 메뉴를 제외하고는 칭찬하기 쉽지 않은 집입니다.
그러기에 이 집을 오랜 기간 단골하는 분들이 적습니다. 세월이 흘러 본격적인 일본음식을 접하게
되면 발을 자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절차가 됩니다.
일본음식은 우동과 초밥, 돈까스 정도만을 접해봤던 분들께는 본격적인 흥미를 갖게 만드는 입문서 같은 정도의
업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저는 이제 안가냐고요? 그렇지는 않죠. 위치와 메뉴 때문에 가끔 갑니다.
3. 하동관, 을지면옥, 우래옥
하도 명성이 자자하여 가보지 않고서는 식도락 한다고 자부하기 어려운 업소들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서..
세 집 다 한두번의 식사로는 그 참맛을 느끼기 힘들죠. 저도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데도 단 한번의 방문으로 극찬해 마지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단히 훌륭한 미각을 갖고 계시거나.. 맛있어 해야 미식가라는 소릴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겠죠.
실제로는 불평을 하는 분들이 적잖습니다. 하동관은 써비스와 느끼한 국물.. 을지면옥은 닝닝함의 극치를 달리는 맛,
우래옥은 기가 찰만큼 비싼 가격...
이게 정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들이 뭐라던 자신의 느낌에 솔직하는게 좋죠. 저도 좋아하는 집들이지만 만인이 즐길 맛과 가격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 집들이 그만큼 유명하게 된 근본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단순히 단 한 차례의 방문으로 느낀 혀의 감각만으로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또한 경솔하다 생각합니다.
도대체 왜 다들 이리 열광할까 하는 이유를 찾아보려는 노력 정도는 갖고 있어야 자칭 미식가니 식도락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한 경우가 용산의 장강만월,막내회센타,공덕동포차 등이 있겠습니다.
끝으로 식도락 입문 단계의 블로거들 중 좀 측은한 부류의 분들 한 종류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다니다 보면 이런 분들이 있죠. 근래에 맛집 좀 다니기 시작하며 유명인들이(매스컴이 아닌 인터넷의) 칭찬한 집들만을 집중적으로
악평하는 분들 말입니다.
그 자신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공력이 있다는 분들이 만족하는 집 조차도 까다롭게 비평하며 만족하지
못하는 나의 공력 정도면 그들 보다 한 수 위라고 알아 주겠지.. 라는 허황된 망상을 갖고 있다는..
혼자 까불며 노는 것이니 나무랄 필요는 없지만 참으로 불쌍하죠.
맛은 분석의 대상이 아닙니다. 즐김의 대상이죠.
맛 봐서 즐거우면 좋게 평가하는 것이고 아니면 낮은 것입니다.
식도락의 시작단계 부터 맛을 즐기는게 아니라 공력 자랑이나 명성 획득의 수단 정도로 여기며 글을 쓰고 게시물을 올리는 분들은
앞으로도 그리 즐거운 식도락 인생이 되질 못할게 틀림 없기에 같은 취미를 갖은 사람으로서 연민의 정이 마구 샘솟습니다.
이제 식도락을 시작하는 분들은 부디 맛을 분석이 아닌 즐김의 대상으로 여겨 행복하고 즐거운 식생활이 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식도락의 락도 樂이잖습니까. 즐거울 락... 먹는 것을 즐기는 길을 추구한다는게 식도락이죠. 혀끝으로 맛을 분석하고 식당에 평점을 먹이는게 식도락이 아니라..
첨언: 식성이 까다롭고 가리는게 많은 분들은 식도락가가 되기 힘들더군요. 음식은 혼자서 꾸역꾸역 먹는 것 보다 여럿이 어울려 웃고 떠들며 즐길 때 그 맛이 몇 배 더 좋아지는 것인데 가리는게 많아 모임의 참석도 가리게 되면 즐거움도 덩달아 멀어지죠.
남은 여생을 식도락이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으시다면 힘들더라도 편식 습성은 고치는게 좋습니다.
더군다나 식성이 까다롭고 가리는 음식이 많은 분들이 음식/식당 평론가라고 활동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시립니다.
느끼한게 싫다며 중국집을 평하고 비린게 싫다며 일식집을 평하고 매운게 싫다며 한식을 평하는..
이쪽 평론가도 자격증제도를 실시해야만 할 듯..
만약 펌을 하시려면 출처표기는 꼭 해주십시오. 아랫 글을 안지우시면 됩니다.
출처 : empas의 gundown 블로그http://blog.empas.com/gundown/11181545